우리는 자신이 본받고 싶은 이상형을 가리켜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롤 모델은 내가 미래에 원하는 모습을 이미 이룬 사람인데, 우리는 이런 분들을 보면서 자신을 가다듬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동기를 부여받는다. 간단히 말해 롤 모델은 우리에게 삶의 목적을 주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세스 고딘을 참 좋아해서 그가 페이스북의 담벼락에 남긴 글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출판된 도서도 전부 읽어보고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트렌드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며 빼어난 문장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표현하며 사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나는 이 사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의 롤 모델 세스 고딘,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을 썼기 때문에 우유도 보라색으로 먹나보다 ㅋ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이 원리는 적용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이 닮고 싶은 모델을 하나 설정해서 그 사람이 말하는 습관과 단어선택 방식까지 흉내 내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영어실력을 큰 폭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예를 들려면 내 친구 이야기를 잠깐 해야 될 것 같다. 이 친구는 나하고 대학교 동기인데 2학년까지 열심히 수업을 듣고 군대를 갔다 온 뒤 갑자기 학교를 때려치우고 영국으로 건너가서 지금 6년 아니 7년 째 신학을 전공하고 있는 녀석이다. 대학교 시절 영어라고는 쥐뿔도 모르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아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매일 대학에서 주는 과제와 발표수업에 단련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니 얼마나 영어를 치열하게 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내가 다음에 기록할 이야기는 이 친구의 경험담에서 따온 것임을 밝혀둔다. 일부는 각색했으나 큰 내용에는 변화가 없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친구의 이름은 S라고 칭하겠다.

 신학이라는 큰 꿈을 품고 영국에 도착한 S. 이제 외국에 왔으니 할 일이 많다. 방도 구해야 되고 학교등록도 해야 되며 어학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미래를 기대하며 S는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S의 인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바로 영어였다. 제일 많이 사용해야 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야 했고 게다가 학교에서는 수도 없이 발표수업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지금 본인의 실력을 확인해보니 많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S는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날마다 영어와 씨름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위의 상황은 S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학생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그런데 S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짧은 기간에 영어실력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궁금해서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내가 이전에 남겼던 글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게다가 그가 있었던 곳이 영국이었으니 연습한 영어를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좋은 환경도 함께였다. S는 Grammar in USE에 있는 대본을 하루 2시간씩 입으로 읽으면서 전부 외웠고 신문과 영화 등을 보면서 영어의 지평을 넓혀나갔다. 자세한 방법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면 되겠다. 글은 나의 경험담이지만 이 친구도 거의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크게 지장은 없을 듯하다. S는 이 방법으로 진정한 의미의 Bilingual(외국어를 거의 원어민에 근접하게 사용 가능한)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링크
 
2010/12/23 - [토To의 영어공부史] - 영어원서 100권을 소리 내서 읽어보자
2010/12/24 - [토To의 영어공부史] - 미드 매니아가 되자, 하루에 17시간 미드보기
2010/12/25 - [토To의 영어공부史] - 하루에 한 시간, 영어 뉴스를 따라해보자
2010/12/26 - [토To의 영어공부史] - 영자신문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S와 내가 공부했던 방법 중에 가장 큰 차이점은 영상매체물의 이용 방식이었다. 나는 하루 17시간동안 다양한 영어에 지속적으로 내 귀와 입을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S는 하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습법을 좋아했다. S는 자신이 닮고 싶은 원어민을 하나 찍어서 이 사람이 나온 영화나 영상물을 구한 후 이를 수천 번 읽고 반복해서 외우는 방법으로 원어민의 문화와 억양을 공부했다. 제목에서 언급한 롤 모델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나는 롤 모델이 없었다. 있었다면 아나운서 앵커나 래리 킹 정도? 그래서 내가 영어로 말할 때는 주변 사람들이 좀 빠르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S가 찍은 인물은 휴 그랜트였다. 뭐 말하지 않아도 어떤 배우인지 알거다. 인터넷에 치면 자료가 엄청 많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아무튼 유명한 배우니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만 하자.

 S는 휴 그랜트를 완벽하게 모방하기 위해 그가 남긴 영화를 바탕으로 공부했다. 노팅 힐의 대본과 영화를 구한 뒤 이 영화를 하루에 10시간씩 보면서 휴 그랜트의 대사를 따라하며 영어실력을 향상시켰는데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정말 S도 영어를 독하게 했다. 영화를 다 본뒤 S는 영화에서 나온 휴 그랜트의 대사 2~3마디를 순서대로 하루에 수백 번씩 입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노팅 힐을 완전히 끝내는 데 2~3달 정도가 걸렸는데 얼마 전 한국에 귀국해서 만났던 S는 이 영화를 연습한지 거의 6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의 30분정도 까지는 대사를 전부 외워서 혼자 연극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영어를 익힐 때 외국 드라마의 대본을 영문자막을 켜놓고 연기하며 따라하던 방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나와 S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나는 양을 늘리는 데 집중해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텍스트를 읽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고 S는 한가지의 콘텐츠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무수히 입으로 반복 연습했다는 점이다. 

 어느 것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둘 다 좋지만 S는 영국에 거주하고 있어 항상 외국인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 외국의 영상이나 매체를 통해 영어를 주입시킬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이다. 외국에 있다면 S처럼 하면 유익하고 한국에서 나가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나처럼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든 외국어에 나 자신을 많은 시간 노출시켜야 된다는 것과 이러한 콘텐츠를 꾸준히 입으로 반복해서 연습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것만 알고 있다면 방법은 무수히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이 부분은 개인의 영역에 맡겨두면 좋을 것 같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함 이상의 방법은 없다. 머리가 좋건 나쁘건 자신이 연습한 만큼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멋진 사람이 되자. 이런 점에서 외국어는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 이제 글을 읽었으니 연습하자. 영어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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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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