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실수를 참 많이 한다.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꼭 준비해야 될 것을 잊어버려서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듣기도 하는 등 우리가 살면서 하는 실수를 열거한다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처럼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독해 위주의 학습을 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작은 문법적인 오류하나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혹 연예인이 영어 인터뷰를 했을 때 실수가 있으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 사람을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된다. 얼마 전 김연아 선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본 적이 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불미스럽게 헤어질 당시에 올린 글이었다. 그녀는 트위터에 'Would you please stop to tell a lie, B?'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이를 본 한국 네티즌들이 ‘stop은 동명사를 목적어로 받는 건데 이 문장 문법적으로 틀렸네?’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중학교에서는 stop 뒤에 to 부정사의 형태가 오면 ‘~을 하기 위해 멈추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가르친다. 동명사가 올 경우에는 ‘~을 멈추다’로 해석한다). 물론 틀린 건 맞지만 솔직히 이런 글을 보면 좀 어이가 없다. 한국인이 항상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당황하면 틀리기도 하고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녀는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운 한국인이다. 게다가 이 때 얼마나 심적으로 고생이 심했을까? 언론에서는 매일 안 좋은 기사가 터지지, 코치하고 사이는 안 좋지, 사람들은 점점 적대적으로 변하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일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밖에는 없었을 거다. 솔직히 말해 이런 작은 실수를 트집 잡아 타인의 영어실력을 비난하는 사람들 정말 꼴불견이다. 난 개인적으로 묻고 싶다. ‘이렇게 실수를 잘 찾아내는 당신들, 당신들은 항상 완벽한가?’ 

 개인적으로 나는 김연아 선수가 영어를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습하고 있는 기술의 포인트와 연습법, 현재 컨디션 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실력자다. 문법이야 조금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말하는 데 있어서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는 김연아 선수가 문법적인 사항에 구애받지 않고 집중적으로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살짝 말해보자면 일반적으로 영어의 문법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다 따지고 말을 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국인 앞에 서면 꿀 먹은 벙어리, 곰돌이 푸(나는 앞으로 영어를 못하는 벙어리를 꿀 먹은 곰돌이 푸라고 칭하려고 한다)가 된다. 말을 할 때 중요한 건 하고 싶은 말을 적절한 시기에 할 수 있는 순발력이지 문장의 완벽성이 아니다(글을 쓸 때는 문장의 완벽성이 중요하지만 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외국인하고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1분의 시간을 사용했다고 생각해보자(이 1분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외국인이 좋아할까? 나 같으면 대화 안한다. 왜 내 금쪽같은 시간을 평범한 대답 하나 듣는데 사용해야 된단 말인가? 비록 우리가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문장은 외국인에게 있어 평범한 문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그 문장에서 사용된 문법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머릿속에서 문법에 맞게 문장을 재배열해서 우리가 만든 영어문장을 해석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알아들을 뿐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정말 부러운 능력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래도 수긍을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밑에 간단한 예를 들었다. 문제를 한 번 풀어보자. 이 문제는 한국어 능력시험인 토픽(TOPIK)의 고급 기출문제이다.

이색적인 취미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곤충이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애완용 곤충 시장의 ( ㉠ ) 이미 1000억 원에 달했고 함평 나비 축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 등 생태 체험 관광 상품과 연계되어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특히 생명 산업 분야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고 있다. 의약품 소재, 병해충 퇴치, 환경 정화 등 실로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보이면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중 ㉠에 알맞은 것을 고르십시오.

 ① 규모만 하더라도 ② 규모라면 모를까 ③ 규모라고 해 봤자 ④ 규모도 규모일뿐더러 

 한국인이라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답은 ①번이다. 그런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만 이용해서 이 문제의 답이 왜 ①번인지 설명할 수 있는 분 손들어봐라. 이 문제는 내 옆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 교환근무원이 물어보았던 문제인데,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왜 답이 ①번이 되는지 설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친구에게 물어봐서 겨우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한국어를 전공했던 친구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우리는 이 답을 찾을 때 이론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그냥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체화가 된 거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것이 문법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표현의 실제 사용 예를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국인의 영어 학습 습관은 그렇지 않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문법을 강조하는 학습스타일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문법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되고 완벽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고질적인 병폐다. 그래도 요즘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나 역시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긴 했지만 무비판적으로 예전의 교육을 답습했던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토익시험의 R/C 역시 문법적인 사항을 묻는 문제보다는 어휘를 묻는 문제가 이전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개인적으로 효과적인 영어 연습법을 학교에서 채택해서 일반적인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우리의 머리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그 이름 영어


 우리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문법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습성부터 버려야 된다. 기본적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틀을 위한 문법공부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모든 문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어학자가 아니다. 문법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언어학자들의 몫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문법 연구한다고 영어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외국인이 기록한 살아있는 문장을 입을 통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큰 소리로 꾸준히 연습만 하면 된다. 꾸준히 하면 우리가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많아지고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잘하게 된다. 참고를 위해 영국인 스님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아잔 브라흐마의 사례를 소개한다. 

 수행생활을 하며 수행승들은 사원도 그들의 노력으로 지어야 했는데 초보자들이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벽돌을 쌓는 것조차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쌓다보니 중간에 두 개의 벽돌이 잘못 놓여서 나는 벽을 허물고 싶어 했으나 스승이 만류하는 바람에 그냥 두게 되었다. 그래도 그 두 개의 벽돌이 여간 맘에 걸리는 게 아니어서 방문객이 올 때마다 나는 그 벽을 의도적으로 가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그 벽을 보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벽' 이라고 하기에 어이가 없어 잘못된 두 개의 벽돌을 가리키며 잘못된 게 안보이냐고 했더니, 그 남자는 "물론 제 눈에도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올려진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中

 느끼는 것이 좀 있는가? 위에서 얘기한 김연아 선수의 사례는 2개의 잘못된 벽돌에 집착한 스님의 사례와 다를 바 없다. 작은 실수 하나를 꼬투리 잡아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반성하자. 영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연습을 하다보면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문장의 수가 많아진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연습하자. 우리 역시 아름다운 영어의 벽돌을 쌓을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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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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