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덕질(무언가에 몰입하여 성과를 내는 활동, 일본어 오타쿠에서 왔음)이라는 개념을 참 좋아합니다. 지금 제가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데 중요한 능력이 모두 이 덕질로부터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드를 좋아하여 17시간씩 보던 경험을 통해 영어교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할 수 있었고, 책과 글을 좋아하여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한 결과물로 출판을 하여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몰입했던 악기연주와 음악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것으로 확장되어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방영하고 있는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은 이런 이유로 인해 저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MC 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격 덕후 양성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패널들에게 소개하여 득표를 받아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015년 추석때 파일럿이 방영된 이후로 지금까지 몇 회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능력자들이 나오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엔진소리만 듣고 버스의 기종을 맞추는 버스덕후, 좋아하는 오드리 햅번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고 조소를 배워 피규어를 제작하는 오드리 덕후, 전국의 막걸리를 티스푼으로 한 번만 먹어보고 지역을 맞추는 막걸리 덕후에 이르기까지 능력자들의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기존 영상이 삭제되어, 버스 덕후의 영상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덕후들의 능력은 상상이상입니다. 어느 누가 중종의 부인을 품계순으로 저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들의 특징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저는 그들이 이런 능력을 갖게 된 원인이 진정으로 이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과 같이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게 우리와 능력자들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덕후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남기기 위해 직접 만드는 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스를 좋아했던 덕후는 자신이 원하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버스의 정보와 역사를 모아 책으로 낼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버스 피규어가 없으면 직접 재료를 사서 만들어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오드리 햅번 덕후 역시 궁극적으로는 좋아하는 대상을 자신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방향으로 덕질이 진화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덕질이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열정을 쏟고 이를 결과로 만들어 내는데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된다면 장려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덕후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현실로 구현하는 집요함을 배워야 합니다. 이 능력은 발명을 할 때도, 회사나 일을 할 때 마주할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지금 당신이 빠져든 덕질은 무엇입니까? 시간을 들여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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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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