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하겠습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바와 같이 하버드 대학교는 여러 면에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학벌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이곳 하버드에 입학하기 위해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모두 입학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는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특권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학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이 학교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바이블처럼 읽히는 ‘맨큐의 경제학’을 저술한 그레고리 멘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 원론’ 이후에 출간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경제학 입문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굳이 한국의 책과 비교하자면 학생들 모두가 한 번 씩 본다는 ‘수학의 정석’ 을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판매량이나 영향력에 있어 두 책은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들어 이 책의 내용을 부정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단체 행동을 한 시기는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당시였습니다. 그들이 주장한 내용의 핵심은 ‘맨큐의 경제학’이라는 책이 학생들이 중립적인 시선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맨큐 교수가 시장이 만능이며, 정부와 사회가 경제학을 몰라서 다른 행동을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왜곡 및 파급효과는 축소시키는 동시에 세금의 부정적 효과는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그의 편향성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맨큐 교수의 경우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핵심 가치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입니다. 경제를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해 경쟁을 벌이는 정글로 보는 시각을 가졌던 것이죠. 이로 인해 그는 21세기 자본론을 집필한 피케티 교수와 격렬하게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시선도 피케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버드대 학부생인 우리는 경제학에 대한 폭넓고 원론적인 기반을 얻고자 경제학 10 (맨큐가 진행하는 경제학 강의)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이 기반이 경제학뿐 아니라 행정학, 환경공학, 공공정책 등 다양한 학문을 지적으로 섭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폭넓은 기반 대신에 우리는 경제학에 대한 특수하고 제한적인 시각만을 가르치는 강의실에 들어와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이 시각은 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하여 문제적이고 비효율적인 오늘날 우리 사회 시스템을 영속화시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월가 시위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맨큐 교수에게 전한 편지 중 일부"


그들은 이 편지를 보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11월 2일에 단체 행동을 실시함으로써 맨큐 교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습니다. 앞 줄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가며 사람들에게 던진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버드 졸업생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에서 벌어진 최악의 부정의에 협조하거나 묵인해왔다. 오늘 우리는 그 역사와 싸우는 것이다. 하버드 학생들은 그런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교육을 선을 위해 사용할 것이며, 수백만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수재들이 미국의 유명한 금융권에 취업했지만 그들이 사회를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이익을 불리는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경쟁의 원리로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는 맨큐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시장에는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잘사는 사람들은 특권을 누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져만 갔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말을 통해 맨큐 교수가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라고 비판하면서 수업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월가 점령 시위에 합류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죠.


그들의 이런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우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맨큐의 경제학이 옳고 그른지의 여부를 떠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스스로의 신념을 드러내는 태도는 확실히 우리가 본받아야 할 자세입니다.


사실 누군가가 혼자서 어떤 행동을 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보여야 세상이 움직입니다. 맨큐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제학이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의 장을 연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혼자 행동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성과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버드 학생들이 사회를 향해 던진 말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이 말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생각해봅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도 그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피하지 않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는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입니다.


위의 글은 제가 쓴 '하버드 도서관 24시'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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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책사진을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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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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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5.11.29 2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업을 거부할 권리는 학생에게 있지요. 학교측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5.12.01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교 보다는 교수측에서 좀 당황했던 부분이 인터뷰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특별히 바뀌는 건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소신껏 움직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