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만약 우리가 대학교를 다니다 갑자기 전공을 전혀 관련이 없는 과목으로 바꾼다면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커리어가 깨졌다며 비난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회사에서 이직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급적이면 같은 업종의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죠.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 때에 전공을 갑자기 바꾸는 건 일반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좋지 않은 학벌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가리려는 성향이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학벌세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폄하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모 대학교에서는 그들 학교의 학부를 졸업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게시판 사용을 제한하기도 하죠. 어찌되었던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공을 바꾼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큰 모험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미래가 어떤지에 대한 조사 정도는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면 우리가 앞으로 선택할 많은 분야에서 참고사항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실수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 못하는 폐쇄적인 자세입니다. 


저는 이에 해당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저는 스콧 터로를 들고 싶습니다. 앰허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 대학교의 창작문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그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시인이나 소설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의 직업 역시 소설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와 다른 소설가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그가 새롭게 진학한 곳이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이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이후 그는 실무 법조인으로 일을 하게 되죠. 그가 쓴 소설 역시도 대학원 진학 이후 익힌 전문지식인 법과 관계가 있습니다. '무죄추정', '입증책임', '유죄인정' 등의 소설이 바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죠. 그의 작품은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2,500만 권이 팔렸으며 영화로도 제작되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의 평범한 기준으로 놓고 볼 때 그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있는데다 소설가로서도 명성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우리의 상식선에서는 그다지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학부시절엔 문학을 전공했는데 갑자기 로스쿨로 진학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자신이 배운 문학이 직업을 가질 때는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로스쿨을 선택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까지 문학을 배워보니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길을 찾았던 것일수도 있죠. 우리가 그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그가 다른 것을 전공한 이유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겠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깊이 생각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그의 성공이 확실히 이례적이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전공을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운 것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것들을 모두 감당하지 못한다면 전공을 바꾼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했던 스콧의 자세를 우리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가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장르의 차별화입니다. 장르의 차별화를 위해 그가 사용한 전략은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법조계의 전문지식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다른 작가들과 다른 주제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면서도 전문성 있는 글을 쓸 수 있었고 결국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스콧 터로는 1949년 생이기 때문에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가 나온 대학교가 명문대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허나 저는 우리가 이런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점만큼은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그의 사례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폐쇄적인 태도는 자신을 좀먹는 가장 큰 적입니다. 스콧 터로 역시 자신이 가졌던 문학적인 재능에 대한 부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전문적인 지식과 융합하며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인생을 누릴 수 있었죠.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우리의 인생은 이전과 같이 특별한 사건 없이 편안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물론 이는 우리에게  매우 손해되는 일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숨기지 말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드러내려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런 노력이 결국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위의 글은 제가 쓴 '하버드 도서관 24시'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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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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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fruitfulife.tistory.com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5.11.15 2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콧 터로가 어떤 이유로 로 스쿨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로서 경험과 영역을 넓힌 것은 확실한가 봅니다.
    대학원을 통한 학력세탁 분명 많이 보입니다. 학교로서는 학생이 곧 수입원 확보나 마찬가지니 나쁠 거 없겠구요. 입학시킬 때는 문제 없다가 게시판 사용에선 차별을 둔다니 그것도 우습긴 합니다.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5.11.17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더 큰 문제는 이런 웃기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입니다. 대학원생을 돈벌이로 밖에 보지 않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2015.11.16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쓸모없는 경험일지라도 언젠가 밑거름이 되겠죠^^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