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든 잘못을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곤경에 쉽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언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문학가인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라는 작품에서도 우리는 이런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깨어진 항아리는 마을에서 갑자기 깨진 항아리의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1808년에 바이마르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고 1811년 책으로 간행된 이 책의 이야기는 네덜란드의 농촌을 무대로 합니다. 판사 아담이 이브의 집에 있는 항아리를 깬 범인을 잡기 위한 재판을 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런데 재판정에 들어온 아담의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얼굴과 다리에 상처가 가득하고 판사라면 꼭 갖추어야 할 가발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재판을 진행하며 이브의 어머니는 항아리를 깬 사람으로 그녀의 약혼자인 루프레히트를 지목합니다. 아마 이브의 어머니는 정숙하지 못하다는 구실로 딸에게 파혼을 선언했다는 사실에 그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루프레히트는 이브에게 놀러갔을 때 이미 항아리가 깨져 있었고 얼굴을 보지 못한 한 사내가 이브의 집에서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합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판사는 그에게 감옥형을 구형합니다. 

사실 항아리를 깬 진범은 아담이었습니다. 이브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약혼자의 군대징집서를 위조하여 그녀에게 보여준 뒤 군대를 면제시켜준다며 수작을 부린 것이죠. 사실 그가 처음에 보여주었던 이상한 모습은 루프레히트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다 생긴 것이었습니다. 경황 중에 가발을 챙기지 못하고 몸에 상처를 입었던 것이죠. 재판은 결국 죄가 밝혀진 아담이 판사직에서 해임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깨어진 항아리는 단순히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닙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적습니다.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이런 상황을 조금만 버티면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이기심이 작용한 탓일까요? 저는 후자보단 전자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에는 비르투와 포르투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비르투는 개인의 의지이고 포르투나는 운명을 뜻합니다. 깨어진 항아리에서 범인으로 나오는 아담은 스스로의 의지(비르투)로 자신이 범인인 것을 숨기려 합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그가 이런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포르투나).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내가 한 실수가 세상에 알려집니다. 운명은 그런 것이죠. 중요한 것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잘못을 인정하고 후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 입니다. 단순히 잘못을 감추기 급급한 아담의 사례를 바라보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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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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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15.05.06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5.05.06 1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부족한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련된 내용에 답변을 드리자면, 이 블로그의 목적이 생각한 내용을 정리하고 글로 남기는 것이라 요청하신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을 하기에는 좀 어려울 듯 합니다.... 이 부분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하시는 일에서 좋은 성과 내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