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욕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비교적 소박한 것에서부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다른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력에 이르기까지 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욕심을 정당한 수단으로 쟁취한다면 이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겠지만 대개 욕심은 편법을 사용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의 철학자로 '공론장의 구조변동’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위르겐 하버마스는 그의 다른 책 ‘후기 자본주의 정당성 연구’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버마스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통섭형 학자로 사회 이론의 기초와 인식론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진보된 자본주의 사회와 민주주의, 비판적 사회진화적 맥락, 현대 정치학에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특별교부세의 경우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죠. 

하버마스는 후기 자본주의의 특성을 경제적 위기에 국가가 개입하여 이를 해소하고, 그 과정 내에서 사회의 계급 간 대립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은 정치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며 각각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시켰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이는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집니다. 만약 이것이 서로를 돕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지만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미 이런 상황이라면, 정당한 노력보다는 편법과 꼼수가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진리보다는 거짓이 득세하는 상황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진리가 실현되려면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강제적인 규율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형성되는 올바른 습관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성숙한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하는 개인이 많아졌을 때 비로소 합리적인 사회에 도달할 수 있죠. 정당하게 노력한 부분이 인정을 받고 또 이에 따른 결과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아마 누구나 불만을 갖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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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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