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원인은 1990년을 전후해 시작된 부동산 버블의 붕괴였습니다. 그 때 입은 타격으로 생긴 불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혹자들은 이제 이 표현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있었던 것은 일본만이 아닙니다. 유럽의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던 것이죠. 원인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이었습니다. 한없이 높게 올라갔던 집값이 폭락하면서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는데도 스웨덴은 일본에 비해 그 회복 속도가 빨랐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에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일본과 같았지만 90년대 중반에 이르게 되면 스웨덴은 이전의 경제성장률을 완전히 회복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스웨덴과 일본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일본이 경제 불황시기에 선택한 것은 건설경기 부양책입니다. 1992년부터 95년까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원화로 7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기준금리 역시도 개혁대상이었습니다. 1990년 8월 연 6%였던 기준 금리는 1994년에는 연 1.75%까지 내려갔습니다. 물론 이 대책은 실패로 끝났고 일본은 그 결과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반면에 스웨덴이 취한 조치는 일본과 정 반대였습니다.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1991년 스웨덴은 매우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GDP의 1%가 넘는 재정을 투입해 공공보육 시설을 확대하고 무상보육체제를 확립하였습니다. 이런 결단을 하게 된 계기는 스웨덴이 자랑하는 최고의 경제학자 뮈르달 부부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들은 1934년에 이미 인구문제의 위기(Crisis in the Population Question)라는 저서를 통해 스웨덴이 출산률 저하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들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된 것은 양육수당, 아동수당 및 주거비 지원이었습니다. 


청년의 실질적인 소득기반을 확충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스웨덴의 이러한 전략은 결국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늘어나 2000년 이후에는 집값도 상승하기 시작했죠. 이 같은 정책은 2000년대 스웨덴 경제 호황의 놀라운 밑거름을 제공하였습니다. 


일본과 스웨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를 한 대상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경제위기의 여파를 딛고 이전의 성세를 거의 회복한 스웨덴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들은 향후 미래를 이끌게 될 인적자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교육은 한 개인을 살리기도 하지만 국가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배울 것이냐입니다. 


가수 이적의 엄마로 잘 알려진 박혜란 씨는 저서인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통해 자녀 안에 감추어진 잠재력을 신뢰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녀는 아들 세 명을 모두 서울대에 입학시키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책에서 자신이 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한 일은 딱 하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에 간섭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강압적인 지시보다는 따뜻한 말을 통해 아이들의 성취동기를 강화시키고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앞서 소개된 일본과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영역이 경제라면 스웨덴처럼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교육의 경우에는 그 연령이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이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역할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아이의 옆에 가장 오래 있는 학부모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주은희 선생님이 오마이뉴스로 보낸 시 한 편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그녀가 맡고 있는 반의 한 학생이 교과서에 수록된 신형건 시인의 동시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각색해 창작한 것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너무 잘 썼다, 공감된다’라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시의 내용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학원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학원이겠지.

학원을 쉬지 않고 다니면 지칠 거야.

4시간동안 수업 받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마 4시간이 40시간처럼 느껴지겠지.

천재들은 성큼성큼 선행학습하고 어른들은 뒤쳐질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 공부해도

천재를 따라가기 힘들 때는

보충수업에 갇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선생님은 화내고 친구들은 놀려대겠지.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쟁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 이외의 문제에는 귀를 닫아버립니다.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척박한 환경에 놓이기 때문에 배려나 사랑의 가치를 깨닫기보다는 약육강식의 원리를 먼저 체득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아이들에게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도록 돕는 인성을 길러주는 일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암기교육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암기교육은 어떤 원인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암기교육이라 할지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잘 익힌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암기교육이라는 현상이 문제가 되는 원인으로 ‘학습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교육받지 못하는 현실’을 꼽고 싶습니다. 인도의 교육 역시 암기식이 주가 되지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베다 수학이 이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우리는 구구단을 익힐 때 9단까지만 암기하지만, 이들은 19단(19×19)까지 외웁니다. 그 목적은 빠른 연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이 능력을 갖추게 된 인도학생들은 남들과 다른 빠른 계산력을 통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배웁니다. 


창의력이란 전후맥락 속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창의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다양한 생각을 하려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익혀야 합니다. 책을 통해서든 여행이나 영상을 통해서든 무언가를 받아들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생각의 폭이 넓습니다. 오늘날 필요한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여러 현상이나 사물에서 필요한 것을 추출하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력은 지식교육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요리대회에 나간 청년 둘을 떠올려봅시다. 한 사람은 상해서 사람들이 먹지도 않는 새우 한 마리를 가졌고 다른 한 사람은 최고급 참치와 밥, 야채 및 각종 소스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후자의 사람이 공을 덜 들이고도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여기서 음식재료는 지식, 조리과정은 생각의 조합입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힘이 듭니다. 새우 한 마리를 가진 청년은 이 요리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반면에 최고급 참치를 가진 사람은 이를 썰어서 회로 만든 뒤 고추냉이가 섞인 간장을 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죠. 드는 노력은 적지만 효과는 훨씬 좋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부족한지, 아니면 이를 표현할 마땅한 수단이 부족한지 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키는 일만 하다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들의 자녀는 어떻게 자라나야 할까요? 적어도 남의 심부름을 하며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되는걸 좋아할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 교육이 바뀌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집단은 바로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봅시다. 부모는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인생의 목적을 자각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며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 되는데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행복과 비전은 바로 부모님이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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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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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aiesecks.tistory.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2015.03.3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저 학생들에게 바른 길을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들 정책이나오고 하다보니... 끙... 우리나라도 지금 부동산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난리더군요 TT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5.03.31 1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맞아요^^ 그래도 부동산 시장은 자신이 보는 만큼만 믿는게 답인 것 같아요. 정부 믿었다가 피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에 ㅡㅡ;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ㅎㅎ

  • Favicon of https://fruitfulife.tistory.com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5.04.15 14: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이 꼭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여러나라를 두루 살펴보는 것은 참 중요하지요. 더불어 우리 실정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어떨 때 보면 우리가 우리를 잘 모르는 것 같은 때도 있는 것 같거든요.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5.04.15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맞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접한 뒤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들이 이 점에 좀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