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에 익숙한 아이들을 만드는 느낌이예요. 공장 같아요"


2015년 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능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학생이 한 말입니다. 이 학생의 말처럼 한국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수능을 잘 보기 위한 다양한 테크닉을 익힙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류의 수업을 3년 동안 받고 시험을 치르죠. 


간담회에서는 이 의견을 제외하고도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학작품을 정답이라고 정해놓고 주입식으로 교육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을 제한하는 학교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과에서 선호하는 분야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꿈을 바꾸고 포트폴리오를 짜맞추는 형식적인 입시전형을 언급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수능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육이 갖는 가장 큰 맹점은 주어진 교과에 따라 축적된 지식을 그대로 주입하는 것입니다. 이런 학습방식은 사람의 지능 중 일부만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바로 암기력이죠. 그러나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암기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는 다양한 정보 속에서 패턴을 분석하고 이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한 뒤 이를 현실화시키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오직 사람에게만 있습니다. 우리가 일을 할 때 큰 도움을 받는 컴퓨터에도 이런 능력이 없죠. 


컴퓨터는 단순 연산이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데는 훌륭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면에서는 매우 취약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에게 맡기면 아주 짧은 시간에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일은 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컴퓨터와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컴퓨터에게 사람의 사고방식을 갖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딥 러닝 (Deep Learning) 입니다. 


딥 러닝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인식하는 사람의 뇌구조를 모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바이두의 앤드류 엔지 박사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1000만 개 이상의 비디오 중 1만6000 개의 컴퓨터 프로세서와 10억 개 이상의 네트워크 조합을 이용해 고양이 동영상을 찾아낸 뒤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컴퓨터가 영상에 등장한 고양이의 생김새 자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패턴을 조합하여 사물의 특징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과학자들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꼭 마음 속에 새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공지능보다 어떤 점에서 뛰어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업무만 가지고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나 기계의 효율이 훨씬 더 좋기 때문입니다. 찢어진 청바지 옷차림으로 유명한 뇌 과학 전문가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제시한 IBM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암 관련 논문이 전 세계에서 30초에 한 권씩 나옵니다. 최고 전문가도 다 알 수 없는 엄청난 분량이죠. IBM은 암 관련 논문 몇백 년 치를 인공지능 슈퍼컴 ‘왓슨’에 입력했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새 단백질 12개를 찾아보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건 왜 아직 한 번도 안 봤나?’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거죠. 미국 존 홉킨스 의과대학이 이를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9개 정도는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단백질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사례를 통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조만간 리서치 연구원들이 실업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컴퓨터를 활용하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죠. 


이런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이 대표적입니다. 리프킨은 책에서 “노동 없는 세계는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주들에게는 고되고 정신 없는 반복적인 작업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되는 역사상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량 실업, 전 세계적인 빈곤, 사회적 불안과 격변이라는 우울한 미래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제조와 서비스 제공 과정에 있어서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사람의 주체적인 사고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어떤 식으로 조합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배우지 않습니다. 지식을 조합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창의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사교육이라고 해서 이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공교육이나 사교육 모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유형분석 및 문제풀이니까요.  


교육은 궁극적으로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실 이런 교육은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깨닫고 필요한 것을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방식만이 학생의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올바른 습관을 들인 학생이라면 대부분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냅니다. 차로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학생은 자신에게 있던 세발 자전거를 벤츠로 조금씩 개조해나가는 과정에 있고, 사교육에 물든 학생들은 세발 자전거를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타고가는 상황에 처합니다. 여기서 자동차는 우리의 기본적인 학습능력입니다. 공부에 필요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지 않고 요령만 배우는 공부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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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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