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려면 먼저 학생 스스로가 교육을 받는 학교에서부터 이를 깊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것들을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 치러야 하는 모의고사 점수가 급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하나라도 더 많이 알아야 남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고, 그렇게 노력한 아이들에게만 좋은 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대로 한국 수험생들의 공부량은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특히 대학 입시를 1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생이 느끼는 중압감도 크지만 이를 받아줘야 하는 학부모도 어려움이 많지요. 그 이유는 대학교 입학에 절대적인 지표가 되는 수능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를 이 날 하루에 다 쏟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수능에서는 한 문제 차이로도 갈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집니다. 2014년 수능시험에서 출제된 세계지리 8번 문항 복수정답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제의 정답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당 문제 때문에 손해를 본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년 간의 긴 소송 끝에 법원은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모두 정답처리 되었고 그 결과 9천 여 명의 수능 등급이 바뀌었지요. 그러나 1년이나 지난 일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을 구제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능시험과 대학에 올인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활동을 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공부인데도 공부를 잘 하는 법조차 생각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성과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열심히 배운 지식을 대학교에 가면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남아있는 지식이 앞으로 평생 하게 될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담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학생들의 공부패턴이 주주자본주의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주주자본주의는 회사를 운영할 때 주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업무방향은 상대적으로 쉽게 무시된다는 단점이 있는 경영형태입니다. 학생들 역시도 대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 때문에, 살면서 필요한 다른 능력을 거의 키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는 약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주주자본주의와 대입 위주의 공부방향은 점진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외부의 환경이 변하기만을 기다린다면, 아무 성과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가장 바뀌어야 할 사람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들고 싶습니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대학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이 사실을 마음 속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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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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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ebpang.tistory.com BlogIcon Yitzhak 2014.12.25 2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깊이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마음이 아픈 내용이기도 하구요!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4.12.26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렇습니다... 아마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거나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