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정운 교수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놀이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할 수 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을 비판하며 우리에게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건 쌓인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요? 'EBS 다큐프라임 - 초등성장보고서’에서 진행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국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놀이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나는 충분히 잘 놀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친구들의 비율은 61%로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학교나 학원 수업으로 생긴 부담 때문에 잘 놀지 못하고 있다는 우리들의 통념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위의 결과가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놀라운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놀아줄 친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아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아이, 시간이 없어 아예 놀 생각을 접어두고 빈둥거리는 아이 등 그 실태가 천태만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학교가고 학원가고, 밥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전에서 말하는 놀이의 정의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임에도 불구하고,아이들은 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채 혼자서 멍하게 지내는 것까지도 노는 시간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성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사교육의 메카인 서울 강남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1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지요. 대개 학부모는 이들의 뛰어난 학업능력을 부러워합니다. 초등학교를 마칠 때즘에 거의 대부분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끝내는 이들의 무시무시한 능력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지요. 물론 중학교 2학년이나 3학년 과정을 미리 배우는 학생들의 수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뛰어난 학업능력을 갖추기 위해 아이들이 개인시간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터넷에서 ‘강남 초등학생의 방학시간표’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보면 기상시간부터 잠들 때까지 쉴 틈 없이 짜여진 그들의 일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발표하는 강의시간에 자녀들을 맞추기 위해 공부 시간표를 직접 관리하는 학부모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이토록 전전긍긍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학습자가 스스로 찾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자기주도학습’입니다. 그러나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학생들은 시간표를 혼자서 짜지 못하고 학원이나 부모님이 정해주는 일정을 그대로 따릅니다. 이런 성향은 그대로 이어져 성인이 되어도 공부하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죠.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렸던 과외받는 대학생이 생기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공부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공부의 본질이 ‘호기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드는 의문을 깊이 생각하고 정리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할 일을 직접 기획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 더 나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습관을 몸에 지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의 방학 시간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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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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