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나 인터넷에서 외국어 영역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은 영어 전문가다. 그들의 문제 해법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떻게 저런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해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사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언젠간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으며 말이다. 

그런데 사실 수능은 요령이 어느정도 먹히는 시험이다. 수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실시하는  다른 시험, 즉 토익, 텝스 등의 시험도 마찬가지로 모두 나름대로의 요령이 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좋은 사람들은 이를 요령과 핵심전략으로 포장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데 활용한다. 

이처럼 요령이 우리에게 먹히는 이유를 찾아보려면 먼저 문제 출제자의 의도와 출제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나는 유명어학원에서 교재 개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어학원에서 영어문제집을 만드는 방식은 '영어지문 작성(원어민) - 지문 검수 및 문제제작(한국인) - 문제번역, 핵심단어 정리(한국인) - 최종검수(한국인, 원어민) - 출간' 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이런 작업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려면 각자의 역할이 아주 상세하게 나누어져있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영어 전문가들이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이 글을 쓸 때를 예로 들어보자. 출판사가 자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교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팀의 관리자는 원어민에게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글의 길이,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 글의 종류에 따라 답을 도출하는 방식, 한 문장 안에 단어는 몇개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등 그 기준은 다양한데 만약 외부의 학습자가 이 기준을 알고 있게 될 경우 문제 분석은 훨씬 쉬워진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나 기타 성적이 나오는 시험의 경우 오랫동안 비슷한 형식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유형과 정답의 구조를 분석했다. '주제를 찾는 문제의 경우 첫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 70% 이상 답을 찾을 수 있다'라는 요령 아닌 요령은 이런 식으로 찾은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받게 된다면 성적이 높게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게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빼앗고 생각하는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전체를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서구 문화권에서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있지만 동양의 학생들은 아직 이 길이 멀다. 

영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의 4가지 영역이 균형잡힌 상태에서 향상된 실력이라야만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다. 외국어를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이 4가지를 모두 갖춘 이들이 드물기 때문에 더 열심히 영어를 익혀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살짝 안타까운 측면이 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려면 어떠하랴? 열심히 익히고 책을 읽으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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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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