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영어능력'을 목표로 삼는다. 외국인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탓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영어학습 열기는 꽤 높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목표는 좀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외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어회화 교재 하나를 외우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만약 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패턴화 된 상황에 적응하는 정도라면 위에서 말한 내용은 사실이다. 물건을 사고, 예약을 하고, 길을 안내하고 하는 등의 내용을 우리가 열심히 읽고 외우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돌발상황이 나오면 우리의 영어는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만약 우리가 영어로 병원에서 설사가 났는데 증상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설사, 소화제, 지사제 등등의 어휘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일상생활에서 아주 자주 접하는 상황인데도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는 영어로 diarrhea라고 하는데 기본회화를 하는 사람 중 이 단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모른다면 우리의 영어는 바로 '사투'로 돌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 공부할 때는 외국어 능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실력이 늘지 않더라도 문장을 하나하나 외워나가는 것이 재미있도록 자신의 일상생활 패턴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만약 외국어를 공부하며 지식을 기계적으로 주입하는 형식을 채택한다면 영어는 우리의 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배움은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은데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한국에서는 취업이나 승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혹은 미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기대로 영어를 괴롭게 공부한다. 목표치가 높기 떄문에 좌절감도 정비례해서 커진다. 목표를 낮추자. 하루에 1문장 정도로 목표를 낮추더라도 1년만 지나면 365개의 문장을 암기할 수 있다. 단어만 충분히 숙지된다면 이 정도의 문장으로도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영어책을 펴자.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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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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