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외국어 학습은 미국 교과서로 해야 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유명 학원에 이르기까지 미국 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꼭 배워야 되는 것으로 포장한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정말 시류에 맞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 역시 함께 증가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국 교과서만으로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미국 교과서가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자체만으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반적으로 학습자가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3가지다. 이는 순서대로 '문장 패턴 인지 - 배경지식 향상 - 외국의 문화 이해' 이다. 전 단계가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뛰지도 못하는 데 날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나 역시도 영어를 익힐 때 위의 3단계를 거쳤었기 때문에 기본기 없이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알고 있다. 

우리가 이런 선입견을 갖게 된 시기는 ESL, EFL 등의 단어가 한국에 알려지면서이다. 전자는 외국어를 제 2 언어로써 배우는 것이고(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후자는 영어를 외국어로써(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학습하는 방법이다. 대개 한국은 ESL을 신봉하는 데 이는 영어를 영어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다방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ESL은 우리의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와 영어의 어순이 완전히 반대이고 단어를 만드는 규칙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와 영어 같은 라틴어 계열의 경우 언어간 유사성이 꽤 높은 편이라 영어로 영어를 익히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리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ESL은 그래서 대개 스페인이나 남미쪽의 사람들에게 맞는 학습법이다. 

이는 수업에 대한 흥미저하를 유발한다. 학생이 이해하고 재미있어야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ESL은 이를 확인해 줄 장치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학습자는 매우 힘든 환경에 처한다. 그 와중에서 영어로 된 책을 읽히고 미국 교과서를 학습시킨다? 잘 될지 상당히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안으로 한국의 교과서를 통해 문장의 패턴을 먼저 익히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개 사람들은 한국 영어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나는 사람들이 이런 선입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물론 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적어도 회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영어 교과서는 참 잘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교과서에 나온 문장 패턴 자체가 한국인이 활용하기 좋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대개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수능 문제에 비해 상당히 쉽기 때문에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물론 수능 공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회화능력을 강화시키는 데에는 교과서 만한 것이 없다. 큰 소리로 읽으며 교과서의 내용을 하나 둘 암기하게 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효과가 좋다. 

패턴을 숙지하지 않고 미국 교과서를 먼저 익히는 것은 독이다. 만약 내가 미국의 교과서나 영어로 된 책을 요약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훈련을 하고 싶다면 스스로가 일상생활에 대한 주제를 비교적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공부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적 앞서 말한 방식으로 공부를 한 아이들의 일부는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는 '초독서증' 이라는 장애를 갖게 될 우려가 크다. 

외국어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 중 미국 교과서의 지식으로 아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학부모님들의 접근법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가 영어로 된 교과서를 충분히 읽고 해석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한지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국 교과서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확실히 '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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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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