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먼저 보는 사람들을 위한 링크 : 꿀 먹은 벙어리, 나는 곰돌이 푸?(1)

 그래도 영어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열심히 놀면서도 영어공부는 나름대로 좀 했다. ‘나름대로’란 말에 집중하자. 고등학교 때에 비하면 거의 안 한 거나 다름없었는데 멍청하게도 나는 ‘고등학교 때 잘했었는데 그 실력이 어디 가겠어?’라는 아주 한심한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외국어 실력도 연습을 안 하면 계속 하락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때 무슨 배짱을 가지고 저랬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정신이 좀 나갔었나보다.

 외국어를 오랜 기간 동안 접한 사람이라면 외국어는 근육운동이나 악기연습과 비슷하다는 내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 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고 중단하면 꾸준하게 이전부터 이루어놓았던 것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능력을 향상 시키려면 지속적인 연습은 필수다. 비록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꾸준히 실행하게 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외국어 실력이 절대 향상될 수 없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짐작해보면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내가 이 사실을 그 때 몰랐다는 것이었다.

 비록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영어회화’ 수업만큼은 재미있게 들었다. 엄청난 분량의 단어를 외워야 된다는 압박감도 없었고, 편하게 외국인하고 얘기만 많이 하면 학점을 많이 준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었는데 사실 이 수업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내용이 어려워서는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 교재를 받고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수업에 나올 법한 대사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 속에는 날씨를 물어보고,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취미, 길 찾기와 같은 쉬운 내용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쉬운 교재를 한 학기동안 진짜 한다는 건가?’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매우 궁금해서 더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았다.


열심히 들었던 영어회화 수업

 사실 수업은 특별한 게 없었다. 명색이 회화 수업인데 한 반에 25명 가까이 있었으니, 회화 수업이 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 50분인데 한사람이 2분씩만 말해도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될뿐더러 그마저도 원어민 선생님이 주로 얘기하고 우리에게는 이야기 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업에서 느낀 실망감은 꽤 컸다. 그래서 우리는 앉아서 외국의 생활이 어떤지 듣는 연습만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대충대충 해도 시험성적이 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 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시험기간에 터졌다. 중간고사 기간이 되자 원어민 선생님께서 ‘시험은 제 방에서 10분간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치러집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어라? 그럼 시험공부는 어떻게 해야 되지? 아! 말하는 연습하면 되겠네. 그런데 내가 말하기 연습을 했던 적이 있었나?’

 고등학교 시절 단어만 죽도록 외우고 영어 지문을 눈으로 빨리 읽는 연습만 했던 나였기 때문에 말하기 연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중학교 때 말하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지만 아주 간단한 내용이었고 어린 나이라 잘 못해도 잘한다고 칭찬받는 그런 상황에서 했던 말하기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도 못했고 오래전에 연습했던 것이라 나의 말하기 실력이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상당히 퇴보했기 때문이다(앞에서 얘기했던 근육운동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어 말하기 연습은 꾸준히 해줘야 한다). 게다가 문법에 관하여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예상문제를 추려서 대본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작된 문장은 엉망이었으며 발음도 가관이었다. 시험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설상가상으로 실제 시험에서는 예상 리스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밴드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좋아하는 음악성향, 악기 및 화성진행을 영어로 물어보는데 완전한 문장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나는 죽을 맛이었고(사실 이 선생님은 Led Zeppelin의 John Bonham을 좋아했다) 시험을 보는 10분 동안 ‘어…어…’ 하다가 나왔다. 시험을 마치고 교수실을 나오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 한 공부가 매우 기형적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꿀단지에 손을 넣어 꿀을 퍼먹는 곰돌이 푸가 생각났다.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한데, 이때에는 내가 꿀 먹은 벙어리라는 자괴감 때문에 우연히 떠올랐던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Led Zeppelin의 드러머 John Bonham

 사실 외국어가 정말 필요한 이유는 외국인에게 자신의 지식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즉 말하기 위주의 학습법을 통해 자신의 어학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놈의 한국이란 나라는 중학생이 되면 주구장창 문법만 가르치고 아이들이 읽으면서 자신의 발음을 체크하고 문형을 익힐 시간은 모기 오줌만큼도 주지 않는다. 왜 중학교 아이들이 to부정사의 명사적용법, 형용사적용법, 부사적용법을 구분해야 하는가? 차라리 그 시간에 to를 이용해서 문장을 많이 만들고 입으로 크게 소리를 내어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백배 나은데도 말이다. 이는 대부분의 학교선생님들도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사실 한국의 영어공부는 매우 기형적이다. 전문 원서를 읽고 해석할 정도로 독해력이 뛰어난 학생들도 실제로 말하는 수준을 보면 초등학생 동화수준의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외국인이 놀라는 것도 수긍이 간다.
 나 역시 한국의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위에서 얘기한 학습법을 통해 영어를 공부했었다. 말하기 연습은 고사하고 죽도록 지문에서 정답을 찾는 것만 했으니 발음이 좋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외국어 지문을 읽고 답을 찾는 능력이 좋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 공부 방법을 정한 이후로 거의 3년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부터 고쳐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막연히 ‘어 뭔가 좀 이상하다. 고치긴 해야겠는데……’라는 마음만 있었기에 이후 몇 년 동안 쭉 삽질을 하게 된다.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죽도록 고생할 팔자였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야 꿀단지를 좋아하는 곰돌이 푸라네..... 영어를 못하는 곰돌이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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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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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gamjastar.tistory.com BlogIcon 또웃음 2010.12.07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영어를 머리로만 암기하다보만
    입도 뻥긋 못하는 상황~
    저도 요즘 들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

    •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0.12.07 1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위의 글은 제 실제 경험담입니다^^
      고생을 좀 많이했죠
      이 글을 읽으시면서 이렇게 안하면 되겠구나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