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영어는 미국식이다. 최근 들어 영국식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굴리지 않고 유럽식으로 발음을 하면 뭔가 멋있어보인다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런 사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외국어를 잘 말하고 쓸 수 있으면 되지 미국식인지 영국식인지 따질 이유는 없다' 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실용적인 면으로 따져봤을 때 언어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가끔 한국에서 영어 잘하는 분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빨리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간단한 예로 인도를 보자.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연락이 두절된 친구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영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실은 영화의 상당부분을 영어로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연히 그들의 영어 발음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인도인들은 영어를 이상하게 구사하지만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 영국인들은 인도식 영어를 잘 알아듣고 그다지 문제삼지도 않는다. 유독 한국만 발음에 집착한다. 

이처럼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영어를 글로벌 잉글리쉬(Global English), 줄여서 글로비쉬(Globish)라고 한다. 아마 생각컨데 미국 혹은 영국식 정통영어를 쓰는 사람보다 글로비쉬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굳이 영어의 파를 나누자면 이쪽에 가까운 것 같다. 책과 비디오로만 공부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외국어를 밥벌이로 삼으면서 나는 우리가 글로비쉬를 지향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이 미국 문화를 심도깊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I am on cloud nine.' 이라는 표현은 미국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영어를 외국어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냥  'I'm really happy.' 라고 말하는 것이 더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뜻이다. 

살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나에게 필요로 하는 능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기독교의 표현처럼 사람이 각각 달란트가 있는 것 같이 우리 모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그 사이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이를 통해 개인의 행복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외국어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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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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