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평범한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물음에 여러분들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대답한 사람들 역시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반면에 이들은 천재라는 말은 매우 부담스러워 합니다. 무언가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것일까요? 아마 그 대답은 우리가 이 질문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과 천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산업혁명 시절만 해도 천재는 '주어진 지식을 잘 습득하고 기억하는 사람'을 뜻했습니다. 학교에서 보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역시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주어진 범위 내의 정보를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이 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인물'을 필요로 합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필요한 정보가 다 나오기 때문에 기억력은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천재를 나타내는 기준은 '암기력'보다는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설명하는 사람의 지적능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적능력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의 일에 몰입하며 개인의 능력을 높이는 것(스페셜리스트)과 집단에서 필요한 다양한 일을 수행하며 평균적인 업무 능력을 높이는 것(제네럴리스트)입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제네럴리스트의 입장을 지지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다양한 일을 하며 집단에 도움이 되었던 사람은 스페셜리스트와 비교했을 때 일을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업무를 맡은 부서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배려하며 일을 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죠.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평균치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려면 한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과정은 매우 고된 편입니다. 


'생각을 확장하다'의 저자이자 뇌과학 전문가인 슐로모 브레즈니츠 역시도 위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그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팔방미인이 정신력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익숙한 일만 하는 사람들은 뇌를 훈련시킬 기회를 빼앗기기 때문에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이런 면에서 앞서 말씀드린 제네럴리스트가 설득력을 갖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무리 훈련을 한다 할지라도 결국 그 내용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제네럴리스트의 경우 많은 일을 처리하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많이 맞이합니다. 그 과정에서 뇌를 훈련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브레즈니츠는 '뇌를 의식적으로 단련하며 현재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의견은 몰입이론으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모델과 상당부분 비슷합니다. 칙센트미하이 박사에 따르면 사람이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때는 몰입의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달성하려는 과제가 개인의 능력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내가 이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은 집중력을 최고도로 발휘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지적능력이 발전합니다. 인도의 승려인 틱낫한 역시도 같은 개념을 주장합니다. 그 이름은 바로 마음쏟기(Mindfulness).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마음의 평화가 오며 세상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저는 이 두 개념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람들이 개인의 정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인은 몰입할 때 나오는 집중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은 정확하게 이 순서와 반대입장을 취합니다. 하나의 일에 몰입해 성과를 내기보다는 다양한 일의 현황을 동시에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멀티태스킹을 하다보면 하나의 일을 할 때보다 집중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자극하는 활동 역시 할 수 없게 됩니다. 당연히 사고력이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멀티태스킹 능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어디엔가 구멍이 생깁니다. 이들은 대개 처리할 수 없는 일들 여러개를 모아놓고 자신의 일이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한다고 강조합니다. 허나 이는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일은 거의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진행속도가 느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만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그가 말만 앞세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 내리는 것에 몰입한다면 우리는 그의 업무 성과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진화를 해야 하는데 자신이 가진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죠. 


상식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진화가 빨리 이루어지려면, 새로운 것을 접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합니다. 유전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 자신의 모습은 부모님들의 유전적 특징이 섞여 변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사실 사람에게 주어지는 유전 형질이 결정되는 시기는 단 한 번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났을 때죠. 그렇기 때문에 긴 세월을 기준으로 보면, 유전적 형질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수명이 짧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쉽게도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질병이나 사고를 제외하고는 수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진화의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유전적 요인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주변의 환경을 통해서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생활양식, 양육, 교육, 미디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현상을 총칭하여 밈(mim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밈은 다른 밈을 만나면서 진화를 하거나 사라지고 가끔 돌연변이를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가 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 개념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발전의 방향과 속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뇌에 관련된 책을 이야기하면서 밈을 사례로 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밈이 다른 밈을 만나 진화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는 것처럼, 사람의 뇌 역시 새로운 자극과 몰입을 통해 발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각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사고력, 판단력, 창의력 및 기억력 부문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사례를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자주 하면 우리의 뇌가 발달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명성은 더 올라가지 않습니다. 사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책을 읽고 난다음 저는 이전에 보다가 포기했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이해 되는지의 여부는 그다지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을 이해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내 머리를 뛰어나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 노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려운 철학책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도 저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시길 권합니다. 물론 그 도전이 항상 책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떤 내용이더라도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글의 서두에서 제가 던졌던 '당신은 평범한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우리가 평범하다면 천재가 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일까요?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경험에 우리를 던져볼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접하지 못한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이해하며 지적능력을 향상시켜봅시다. 그런 면에서 오늘 말씀드린 생각을 확장하다는 참 좋은 책입니다. 두뇌의 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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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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