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지배하는 화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입니다. 주변의 모든 상황이 우리를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죄책감을 갖도록 합니다.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의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성공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성공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시도한 모든 변화를 '노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먼저 '왜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적습니다. 현대인은 (특히 한국인은) 질문을 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함께 시도하며 자신이 변화를 주도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관적이면서 꼼꼼히 상황을 판단하지 않은채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변화를 시도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인생을 바꾸고자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위인들의 삶은 보통사람이 보았을 때 떡잎부터 다릅니다. 그들은 모두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한순간에 인생의 원리를 깨닫고 무서운 집중력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합니다. 아쉽게도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식을 바꾸는 것 자체만으로도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평범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쉽게 미룹니다.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마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필요한 시기에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지정한 마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디지털 노마드(컴퓨터 하나만 지참한채 전세계를 돌며 일을 하는 디지털 유목민을 뜻합니다) 라는 보기 좋은 핑계 하에 스마트폰을 항상 옆에 끼고 다니는 안좋은 습관까지 있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인터넷을 항상 확인하는 제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일들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내 주변의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는 내용이 담긴 '스위치'라는 책을 읽고 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실시한 것은 크게 2가지 입니다. 하나는 스마트폰의 셀룰러 데이터를 끈 것이고 (이렇게 하면 LTE와 Wifi를 쓸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지금보다 천천히 하기로 결심하고 그대로 실천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스마트폰의 사용빈도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30% 정도로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툭하면 핸드폰에 집중하던 모습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일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진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는 모습 역시 크게 바뀐 부분 중 하나입니다. 


행동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하는 것 역시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음식을 급하게 먹으며 생겼던 소화불량 및 위장병 증상이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점입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일의 결과는 훨씬 만족스러웠고 실수도 줄었습니다.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도록 길들여진 현대인을 비판하는 책이 많은데 제가 딱 그 꼴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앞으로도 의식적으로 이런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스몰 체인지'를 집필한 래리 터클은 우리의 일상 중 아주 작은 부분만 바뀌어도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식사 때 탄산음료 대신 물을 꾸준히 먹을 경우,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많은 양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은 자신의 저서 '생존을 이야기하다'에서 이 원리를 기업에 적용합니다. 그는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작은 변화를 생활화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원리는 진화론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유전적 형질을 물려받습니다. 이 형질은 좋은 것일 수도 혹은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이 만나 합쳐졌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자주 접할수록 진화의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의 나는 이전까지의 모든 경험을 합한 존재이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인생에서 새롭게 만난 모든 경험과 가능성을 통해 내 능력과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요즘의 제게는 그 계기가 스마트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이전에 비해 삶이 훨씬 더 생산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는 그 계기가 스마트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인생의 변화는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부터 옵니다. 만약 단순함으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면, 그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단순함은 '느리게 생각하기와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일'입니다. 그런 느낌을 갖기 위해 오랫만에 연필을 들었습니다. 연필로 글자를 쓰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 가운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을 경험하며 제가 경험할 또 다른 '단순함'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느끼는 것이 많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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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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