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신의 한수'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명품을 감정하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게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유는 여기에 '8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학생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재능이고 흔히 볼 수 없기에 더욱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외국어를 잘한다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기준을 세우는 건 어렵다. 사람마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인사정도를 할 수 있으면 외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1시간 이상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박학다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티비에 나온 학생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에는 8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몇 개인지 잘 파악이 안되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학생이 나왔을 당시 패널로 샘 해밍턴과 이다도시가 나왔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 '주로 뭘 하느냐?',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 등등의 비교적 평이한 질문이 학생에게 던져졌고 출연한 학생은 아주 유창하게 대답을 잘했다. 

내가 아쉬웠던 부분은 이거였다. 출연자가 본인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거나, 좋아하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왜 없었을까? 만약 그녀가 위의 2가지를 통해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아마 사람들이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출연자가 외국어를 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니 절대 오해하며 듣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표현해야 하는 범위와 성인이 활용해야 하는 영어 범주는 전혀 다르다. 당연히 어린아이가 상대적으로 쉽다. 대개 우리는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5개 이상의 외국어를 하는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나도 4개 국어를 할 수 있다. 일단 한국어 그리고 내 밥벌이인 영어, 대학교 전공 독일어 살짝 배운 일본어까지 간단한 의사표현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경우 이 기준에 따르면 할 수 있는 외국어는 15가지가 된다. 

나는 우리가 외국어를 잘하려면 단지 문장 몇 개를 외우고 거기에 자기의 간단한 생각을 담는 연습을 하는 걸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1개의 외국어를 하더라도 자신의 지식과 연륜을 나눌 수 있는 언어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내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다짐한다. 오늘도 영어로 쓰인 지식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자고 말이다. 외국어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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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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