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각자 다른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영어는 신분상승의 길을 막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너는 영어가 안되니까 여기까지 밖에 못해.' 라고 사람들이 말하지는 않지만 암암리에 우리는 이 사실을 이미 피부로 체득하고 있다. 영어를 잘하려면 정말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명나라의 양천상이라는 인물로 독서에 뜻을 품고 이 일에 온 마음을 다해 지독하게 매진한 사람이다. 나는 그를 소개한 글을 읽으면서 전율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느꼈으면 해서 아래에 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명나라 양천상(楊天祥)은 자가 휴징(休徵)이니, 혜주(惠州) 사람이다. 자란 뒤 열심히 배우고 책을 읽어, 낮에는 문지방을 넘지 않았고, 밤에는 자리에 눕지 않았다. 겨울 밤에는 얼음 물에 발을 담궜다가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의 독송하는 방법은 마음으로 책과 마주하고, 귀로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입에 올리려 들지도 않았고, 굳이 풀이하는 법도 없었다. 매 장마다 1백번씩 읽는 것을 법도로 삼았다. 그가 책을 읽을 때에는 비록 일이 생기거나 물건이 와도 일체 들은 체 하지 않았다. 먹고 자는 것도 모두 폐한 채 반드시 외우는 숫자를 채운 뒤라야 응대하였다. 글을 지으려 붓을 잡으면 천마디 말이 쏟아져 나왔다. 평생 한가한 날이 없었고, 읽지 않은 책이 없었다. 정덕(正德) 정축년(1517)에 진사(進士)가 되어 벗과 여러 형제에게 글을 써서 보여 주었다. 

“내가 약관(弱冠) 때부터 뜻을 힘써 책을 읽었으니, 이제까지 13년이다. 1년 중에 명절과 집안 경사 및 병으로 앓아 누운 날이 60일이 넘지 않는다. 나머지 300일은 모두 외우고 읽었다. 날마다 석 장 이하로 읽은 날이 없으니, 1년이면 9백장을 밑돌지 않고, 15년이면 1만 5천장을 밑돌지 않을 것이다. 옛 사람의 1만권 독서에 견주면 겨우 열에 한 둘일 뿐이지만, 근세 사람과 견준다면 내가 그래도 많을 것이다. 예전 상자평(尙子平)은 집안 일을 일절 끊고 오악(五嶽)을 두루 유람하였다. 하지만 어찌 능히 이를 소매에 품고 와서 남에게 알려 줄 수 있었겠는가? 또한 혼자 아는데 만족했을 뿐이리라. 오악을 유람하려면 산 넘고 물 건너는 수고로움이 있고, 헤어져 쓸쓸한 근심이 있다.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 여러 해를 지나보내야만 겨우 다 볼 수가 있다. 대저 오경(五經)에는 천지 만물의 이치가 구비되어 있으니, 오악에 견준다 해도 어느 것이 더 크겠는가? 제자백가와 역대의 사서(史書)의 말은 또한 세상의 동천(洞天)이요 복지(福地)이다. 내가 이를 읽어 매번 책 한 권을 마치면 마음이 툭 터지고 정신이 가쁜해져서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새로웠다. 대문과 뜰을 나서지 않은 지 10여년에 이를 두루 읽었다. 비록 남에게 알려주기에는 부족하나 또한 혼자 알기에는 충분하다.” 


내가 양천상에게 놀란 것은 두가지 때문이었다. 첫번째는 독서에 대한 열정이었다. 위에는 찬물에 발을 담가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나오는데 사실 그는 동상 때문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10년 동안 집 밖을 나오지 않고 10만자 이상 되는 글귀를 모두 암기했다. 책 한 쪽을 100번씩 읽을 까닭이다. 이렇게 독서를 한다면 누가 책을 외우지 못할 수가 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또 한가지 그를 통해 느낀 점은 양천상의 독서법이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과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낭독훈련이 필수고 뜻을 해석하거나 번역하는 습관을 들이면 안된다. 마음을 모으고 혀에 기억시키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큰 소리로 책을 읽어야 한다. 이전에 나는 호모 쿵푸스라는 책에서 최고의 고전 학습법은 음독이라는 것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지금 소개한 사례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명나라의 양천상과 나, 그리고 한국에 있는 영어고수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결국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걸 보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만류귀종이 생각난다. 모든 줄기는 하나라고 했던가? 큰 진리를 알면 곁가지들은 따라온다는 말이 맞긴 맞나보다. 내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틱낫한 스님의 '힘'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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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비

책과 언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어하는 이의 소소한 일상 (강연, 출판 및 원고 문의 : elcshaw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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